인피니티가 VC-T(Variable Compression-Turbocharged) 엔진 컨셉트를 선보였다. VC-T는 압축비 변화를 통해 배기량을 가변하는 기술이다. 인피니티에 따르면 VC-T는 4기통 가솔린 터보에 가장 먼저 탑재되고, 양산은 2018년으로 잡혀 있다. 양산될 경우 세계 최초의 가변 압축비 엔진이 된다.
가변 압축비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약 40년 전에 기술이 선보였고 사브를 통해 주목을 받게 됐다. 사브는 2000년에 SVC(Saab Variable Compression)라는 가변 압축비 컨셉트, 이후 부품 회사 MCE와 FEV도 비슷한 기술을 제시한바 있다. 이 기술들은 제시만 됐을 뿐 양산 되지는 못했다. SVC의 경우 GM이 사브를 인수하면서 계획 자체가 없어졌다.
인피니티는 이번에 공개한 VC-T 기술을 가리켜 내연기관의 새로운 도약이라고 했다. 가변 압축비 기술은 2.0 가솔린 터보에 적용됐으며, 기존 대비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인피티니에 따르면 출력과 연비는 좋아지고, 소음과 진동은 감소했다. 거기다 기존 대비 무게와 부피까지 감소한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인피니티의 VC-T 역시 기본적인 컨셉트는 같다. 압축비의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출력과 연비를 모두 높이는 기술이다. 인피니티에 따르면 VC-T는 성능 위주의 모드 시 압축비가 8:1까지 내려가고, 연비 모드에서는 14:1까지 올라간다. 엔진의 컨트롤 유닛이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압축비를 조절한다.
가변 압축비 기술은 멀티링크가 포함된 새 피스톤 크랭크샤프트 메커니즘이 핵심이다. 이 기술은 지난 2003년에 닛산이 개발했고 특허로도 등록됐다. VC-T의 멀티링크는 빠른 반응을 위한 실린더 압력 어시스트와 압축을 유지하는 기구도 포함돼 있다. 압축 유지 기구는 에너지 소비도 적다.
닛산은 VC-T를 위해 새로운 피스톤 크랭크와 멀티링크 시스템을 개발했다. 피스톤과 크랭크샤프트는 상하 링크에 연결되고, 액츄에이터가 엔진과 관련된 컨트롤 샤프트 앵글을 조절한다. 그리고 편심 저널이 이동하면서 피스톤 상사점(TDC, Top Dead Center)과 하사점(BDC, Bottom Dead Center)도 변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압축비가 변화하는 구조다.
압축비는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변환된다. 그러니까 기존의 내연기관들처럼 고정된 압축비가 아니다. 만약 큰 엔진 힘이 필요할 때 액츄에이터가 컨트롤 샤프트를 작동해 커넥팅 로드 메인 베어링 주변의 링크들을 변화시켜 피스톤을 가장 아래쪽으로 이동시킨다. 이를 통해 압축비를 내리는 한편 터빈의 부스트를 올릴 수 있다. 반면 톱 기어로 정속 주행하면 압축비를 높여 연료 소모를 최소화 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흡기 밸브에 적용된 전자식 밸브 타이밍은 앳킨슨 사이클도 지원한다. 거기다 포트와 직분사, 개별적인 실린더 점화 타이밍, 전자식 부스트 컨트롤, 가변 오일 펌프까지 효율을 위한 기술들이 망라돼 있다. 흡기 밸브는 유압식 베이스의 캠페이저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기존의 가변 압축비 기술은 엔진의 전체 사이즈 및 무게를 늘리는 단점이 발생한다. 그리고 압축비 변화를 통해 움직이는 부품이 늘어나면서 엔진 블록의 진동도 더 커진다. 닛산은 지난 2003년에 선보인 보고서를 통해 새 멀티링크 지오메트리의 개발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힌바 있다. 닛산은 VC-T에 300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닛산에 따르면 VCR(Variable Compression Ratio) 구조는 엔진의 사이즈와 무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엔진에도 탑재가 가능하다. 그리고 2006년에는 멀티링크 VTC 기술을 터보 엔진에 접목할 경우 성능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08년에는 르노와 함께 디젤 엔진의 HCCI(Homogeneous Charge Compression Ignition)를 위한 VCR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HCCI를 위한 VCR은 르노가 여전히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피니티는 VC-T로 최신의 디젤과 비슷한 수준의 연비와 토크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4기통 2.0 VC-T 엔진의 최고 출력은 270마력으로 알려졌으며, 기존 대비 연비는 27%나 좋다. 새 엔진은 QX50에 가장 먼저 탑재될 가능성이 높고, 양산은 2018년으로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