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카마로 SS의 가격은 골프 R 수준이지만 성능은 M3 급이다. 특히 브레이크는 911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그만큼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다. 6.2리터 V8 엔진은 성능도 좋지만 소리가 정말 좋다. 거기다 은근 조용하고 승차감도 괜찮다. 카마로 SS는 5,098만원이라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종합적인 상품성이 좋다.
쉐보레 카마로는 1966년에 데뷔했다. 콜벳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카마로 역시 만만치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거기다 세대가 진행될수록 상품성 및 성능이 점점 좋아진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카마로 SS가 대표적인 예이다. 카마로에는 2.0 터보와 3.6 V6 엔진도 있지만 국내에는 SS만 출시된다.
사실 카마로의 판매는 부침이 심했다. 판매로 본 최전성기가 60년대와 70년대이고, 전체적으로 보면 머스탱에 계속 밀려 왔다. 카마로의 연간 판매가 20만대를 넘은 때는 1967~1969년, 1977~79년, 1984년뿐이다. 그리고 1995년을 끝으로 연간 판매가 10만대를 넘은 적이 없다. 그래서 4세대(1993~2002)를 끝으로 잠시 생산이 중단됐다. 2009년에 선보인 5세대부터는 판매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작년을 제외한다면 판매가 계속 8만대 이상을 넘었다.
GM은 6세대 카마로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우선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경량화다. 2.0 터보는 구형의 V6에 비해 170kg 이상, SS는 90kg 이상 감량됐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계기판의 프레임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거기다 구조물의 전용 부품 비율이 70%에 달한다. 기본적인 플랫폼은 ATS, CTS와 공유한다. 그리고 SS에는 처음으로 MRC(Magnetic Ride Control)까지 탑재됐다.
SS는 엔진도 주목할 만하다. 스몰블록 V8인 것은 동일하지만 가변 밸브 타이밍과 직분사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성능과 효율이 크게 올랐다. 이 엔진은 C7 콜벳에 가장 먼저 쓰인 유닛이고, LT1으로 불린다. 그리고 5세대 스몰블록의 첫 번째 엔진이기도 하다.
OHV 엔진은 구조가 간단하다. 따라서 무게도 가볍고 컴팩트하며, 내구성도 좋다. LT1 엔진의 무게는 210kg으로 비슷한 사이즈의 DOHC V8보다 가볍고 컴팩트하다. 무게도 BMW의 4.4리터 V8 트윈 터보보다 18kg이 가볍다.
카마로 SS는 이목을 집중시키는 디자인이다. 기존의 화끈한 디자인이 더욱 강조됐다. 특히 전면의 디자인은 타오르는 것처럼 강렬하다. 외관 디자인부터 구매욕이 강하게 일어난다. 차체 사이즈는 구형 대비 전장은 52mm, 전폭은 21mm, 휠베이스는 41mm가 줄었고, 특히 스타일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고는 29mm가 낮아진 게 눈에 띈다. 카마로 SS의 차체 사이즈는 4,784×1,897×1,348mm, 2,811mm, 머스탱 GT는 4,780×1,915×1,380mm, 2,720mm이다.
뒷모습에서는 스팅레이 비슷한 느낌도 풍긴다. 리어 펜더는 고탄력의 근육이 뭉친 느낌이고, 리어 스포일러도 SS 전용으로 디자인 된 것이다. 고성능 모델임을 알리는 SS 배지는 프런트 그릴과 리어 범퍼에 붙어 있다. 범퍼에 붙은 SS 배지의 위치가 약간은 애매하다. 양쪽으로 뽑은 머플러는 끝이 나팔처럼 퍼졌다.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F1 아시메트릭 3 런플랫이고, 사이즈는 245/40ZR/20, 275/35ZR/20이다. 다른 카마로와는 달리 앞뒤 타이어의 사이즈도 다르게 세팅했다. 뒷바퀴굴림 특유의 운동 성능을 높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브렘보 브레이크도 기본이다.
실내의 마무리와 내장재는 기대 이상이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싼 티는 나지 않는다. 거기다 각 버튼과 다이얼의 마무리가 좋은 것도 의외이다. 다이얼의 경우 유격이 거의 없다. 기존의 미국차 또는 쉐보레와는 다르다. 그리고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에도 꽤 멋을 냈다.
카마로 SS의 모니터는 각도가 약간 특이하다. 보통 자동차의 모니터는 시인성을 위해 대시보드 쪽으로 뉘여 있는데, 카마로 SS는 운전자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시각적으로 약간은 어색하다. 모니터 및 내비게이션, 내부 메뉴는 말리부와 같고, 카마로 SS의 성격을 감안하면 내장된 기능이 꽤 많다.
모니터 하단에 내열된 공조장치 버튼은 크기가 작아서 주행 중 조작이 쉽지 않다. 대신 온도 조절은 참 쉽다. 공조장치의 온도를 조절하는 다이얼이 엄청 크기 때문이다. 카마로 SS는 공조장치 온도 조절을 송풍구의 테두리로 한다. 좋은 아이디어 같다. 기어 레버 뒤에는 드라이브 모드 버튼이 있다. 일반 카마로와는 달리 트랙 모드도 추가됐다.
계기판 디자인은 현란하고 내장된 기능도 많다. ‘성능’ 메뉴로 들어가면 랩 타이머 기능과 횡가속도 메뉴가 있고, 가속 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가속 시간의 경우 0→100km/h와 0→200km/h, 400m처럼 세분화 된다. 오너들이 좋아할 만한 기능이다. 차가 출발하면 자동으로 기능이 실행되고 설정 속도에서 자동으로 초가 멈추기 때문에 운전에만 집중하면 된다. 30 단위로 끊어진 속도계는 시인성이 좋지 않지만 HUD가 있기 때문에 문제는 되지 않는다. HUD에는 속도계와 타코미터, 횡가속도처럼 주로 주행과 관련된 정보가 표시되고 화질도 선명하다.
운전대도 D 컷 스타일이다. 카마로 SS의 운전대는 그립도 좋지만 스포티한 운전 자세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낮은 포지션의 시트와 함께 최적의 운전 자세를 만든다. 가죽 시트는 허벅지를 잡아주는 기능성을 비롯한 지지력이 좋다. 시트의 조절은 모두 전동식이다. 2열은 기대를 안 하는 게 속 편하다. 911의 2열과 비슷한 공간이다.
카마로 SS에는 6.2리터 V8 LT1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이 엔진은 콜벳과 공유하지만 부품의 20%를 따로 개발했다. 최고 출력은 453마력, 최대 토크는 62.9kg.m에 달한다. 그리고 두 얼굴의 소리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저회전에서는 의외로 조용하지만 고회전에서는 웅장한 사운드를 뿜어낸다. 성능보다 소리가 더 인상적인 엔진이다. 참고로 국내 수입되는 카마로 SS는 퍼포먼스 배기 사운드가 없다. 공회전 때 시트와 운전대로 가늘게 진동은 전달되지만 큰 흠은 아니다.
1~5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60, 105, 145, 180, 240km/h이다. 4단까지는 정신없이 가속된다. 1~3단에서는 HUD의 회전수를 살펴볼 여유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리고 6단에서도 가속력이 살아 있다. 6단으로 6,000 rpm에 조금 못 미쳐서 288km/h를 찍는다. 기세로 봐선 300km/h도 가능할 분위기다. 0→250km/h까지 가속은 아우디 RS 5와 대략 비슷하고, 이후의 속도에서는 911 카레라 3.0 트윈 터보에 조금 못 미친다. 계기판 내의 메뉴로 0→100km/h 가속 시간을 측정해 보니 4.4초가 나왔다. 참고로 카마로 SS의 0→60마일(약 97km/h) 가속 시간은 4초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투어와 스포츠, 트랙, 스노우/아이스가 있다. 모드에 따라 파워트레인과 스티어링의 세팅이 달라지는데, 의외로 차이가 크지는 않다. 보통 다른 차는 S 모드로 바꾸면 회전수가 상승하는데, 카마로 SS는 그렇지 않다. 물론 가속을 하면 차이가 발생하긴 한다. 킥다운 시 트랙으로 달리다 투어로 바꾸면 한 박자 정도 늦는다. 모드 변화에서는 스티어링이 가장 차이가 큰 거 같다.
8단 변속기의 성능은 무난하다. 다른 말로 하면 차의 성격에 비해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시프트 업의 속도는 괜찮지만 기어가 내려갈 때의 속도는 평범하다. 시프트 다운 시 회전수 보상 기능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GM의 다른 변속기들처럼 수동 모드에서는 자동으로 시프트 업 되지 않는다. 수동 조작 시 시프트 업이 늦으면 오히려 가속에서 손해를 본다. 따라서 D 모드(트랙)로 가속하는 게 가장 빠를 수 있다.
회전 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날렵하게 코너를 돌아나가고, 일반도로에서는 차의 한계를 알기가 어렵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제어가 많이 들어가는 느낌은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언더스티어가 크게 발생한다. 기대 이상인 부분은 고속 안정성이다. 편하게 고속 직진할 수 있다. 비슷한 성격의 독일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주행 성능에서 가장 큰 장점은 엔진 사운드와 브레이크이다. 전체적인 가속은 911 카레라 3.0보다 못하지만 브레이크 성능은 비견될 만하다. 고속에서 급제동 시 반응도 빠르지만 제동력이 일정하게 나오고, 내구성도 좋다. 연이은 급제동에서도 페이드 현상도 거의 없다.
서스펜션과 MRC는 기본적인 성능이 좋다. 승차감과 운동 성능을 모두 만족한다.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하체는 의외로 포근하고, 하체에 전해지는 충격을 잘 흡수한다. 카마로 SS는 매일 타고 다닐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이다.
정속 주행 연비도 의외로 잘 나온다.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90km/h로 정속 주행하면 순간 연비는 리터당 15~19km 사이, 110km/h에서는 12~14km가 나온다. 이렇게 정속 주행 연비가 좋은 이유는 바로 AFM 때문이다. AFM은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 4기통으로 전환된다. AFM 기능이 실행되면 계기판에 ‘V4'라는 녹색등이 뜬다. 그러니까 V4 모드에서는 6.2리터 V8이 3.1리터 4기통이 되는 셈이다. 물론 밟으면 연료 게이지의 바늘이 살벌하게 떨어진다.
카마로 SS는 단점을 찾기 어려운 상품성을 갖고 있다. 소소한 단점은 있지만 가격이나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거기다 5,098만원이라는 가격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직접적인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머스탱 GT보다 1,000만원이나 싸다. 반면 성능은 두 배 정도 비싼 차와 비교할 수 있다. 구입 시 연비와 세금을 비롯한 유지비를 감안해야 하긴 하지만 매력적인 차종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