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반떼 스포츠는 국산 펀카의 최고봉이다. 운전의 재미가 살아 있고 가격적인 메리트도 상당하다. 멀티링크로 바뀐 리어 서스펜션의 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회전 성능은 아이오닉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속력도 기대 이상이다. 0→215km/h 가속이 쏘나타 2.0 터보에 필적한다. 단점으로는 유리에서 발생하는 잡소리가 있다.
아반떼 스포츠는 일반 아반떼와 여러 모로 차별화가 된다. 특징 중 하나는 엔진이다. 아반떼 스포츠에는 204마력의 힘을 내는 1.6리터 터보 엔진이 탑재되고, 27.0kg.m의 최대 토크는 1,500~4,500 rpm에서 발휘된다. 1,380kg의 아반떼 스포츠에는 충분한 힘이다. 그리고 변속기도 6단 자동보다 효율이 좋은 7단 DCT이다. 파워트레인부터 잘 달리기 위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아반떼의 가속 성능은 상당하다. 가속력은 쏘나타 2.0 터보와 거의 같다. 0→200km/h는 물론 0→215km/h 가속 시간이 거의 동일하다. 예상보다 가속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가속력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7단 DCT를 빼놓을 수 없다. 고회전으로 돌아갈 때 짜내는 듯한, 그러니까 동력 손실이 적은 느낌이 강하다.
가속력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기어비가 있다. 7단은 6단보다 기어비의 간격을 좁힐 수 있고, 이는 가속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1~5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45, 75, 130, 170, 200km/h이고, 계기판 기준으로 215km/h에서 속도가 제한된다. 이는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제한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230km/h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반떼 스포츠는 순발력부터 고속까지 뻗는 힘 모두 괜찮다. 단, 킥다운 시에는 반박자 정도 느린 경향이 있다. 정속 주행하다가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반박자 정도 후에 가속이 된다. 이건 변속기보다는 엔진 때문인 것 같다. 킥다운 하면 변속기는 즉각적으로 기어를 내리는데, 엔진의 토크가 나중에 나온다. 제원상 최대 토크는 1,500 rpm부터 시작이지만 킥다운 시에는 대략 3,500 rpm 정도부터 제대로 힘을 받는다.
주행 모드는 노멀과 에코, 스포트가 있다. 스포트 모드는 회전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세팅이다. 노멀 모드는 연비를 위해 기어가 일찍 업 시프트 되지만 스포트 모드는 변속을 늦춘다. 빠른 반응과 적극적인 가속을 위한 세팅이다. 그리고 다른 차와 달리 패들 시프트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특히 레버를 수동 모드로 젖히고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고회전을 사용할 수 있다.
하드웨어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바로 서스펜션이다. 리어 서스펜션도 멀티링크로 바뀌었다. 멀티링크는 이론적으로 승차감, 운동 성능에 유리하다. 아반떼 스포츠에 멀티링크를 적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멀티링크는 비용도 높다. 서스펜션 방식을 바꾼 것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아반떼 스포츠의 회전 성능에서 멀티링크 리어 서스펜션의 효과가 잘 나타난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과 니로에서 아주 잘 세팅된 회전 성능을 보여준바 있다. 코너를 돌아나가면서 가속 페달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건 아이오닉, 니로와 비슷하다. 아반떼 스포츠는 여기서 좀 더 공격적인 몸놀림을 보이는 게 다른 점이다. 코너에서 조향을 하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그에 맞춰 리어도 재빠르게 따라온다. 특히 리어 휠은 착지할 때의 접지력이 좋다.
좌우의 휠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능력은 아반떼 스포츠에서 정점에 오른 것 같다. 코너를 강하게 돌 때는 타이어의 그립을 남김없이 사용하는 느낌도 받는다. ESC를 꺼도 회전 성능은 비슷하다. ESC를 끄면 약하게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고, 이후에는 다시 개입해서 제어를 한다.
고속 안정성도 좋다. 보디 전체의 움직임이 적고 노면을 잘 잡아서 편하게 고속으로 달릴 수 있다. 그리고 걱정했던 스티어링 감각도 정상이다. 얼마 전에 탄 쏘나타 1.7 디젤과 2.0 터보는 스티어링에 이질감이 있었다. 중심 부분에서 이질감이 있었고, 특히 스포트 모드일 때 좀 더 심했다. 아반떼 스포츠의 스티어링 감각이 빼어나진 않지만 적어도 이질감이 있지는 않다. 제동력도 뛰어나다. 제한 속도에서 2회 연속 급제동해도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옆과 뒷유리, 스티어링,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생하는 잡소리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잡소리는 볼륨이 적어도 귀에 잘 들리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외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작은 차이인데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우선 전면 그릴은 터보 전용이고, 한쪽에는 터보 배지도 붙는다. 거기다 리어의 디자인은 아주 큰 차이를 보인다. 누가 봐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리어 디자인의 압권은 스포일러와 디퓨저이다. 단순히 흉내만 낸 게 아닌 본격적인 디자인이다. 트윈 머플러를 한 쪽에 몰아서 배치한 것은 약간 아쉽다. 트렁크 리드에는 ‘SPORT' 배지가 붙는다.
타이어는 225/40R/18 사이즈의 벤투스 S1 노블2이다. 괜찮은 OEM 타이어이긴 하지만 ‘아반떼 스포츠’의 성격을 감안하면 그립 면에서 조금 아쉽다. 특히 스포츠 주행을 지속적으로 할 때는 그립의 한계가 비교적 일찍 찾아온다. 참고로 회전 시 타이어의 스키드 음은 비교적 일찍 발생한다.
실내의 변화는 크지 않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빨간색 가죽 시트이다. 색상이 좀 낯설지만 시트 자체의 기능성은 나무랄 데가 없다. 몸을 잘 잡아주는 것은 물론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가 적다. 시트 포지션이 조금만 더 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계기판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바늘의 위치가 다르다. 고성능 차들처럼 속도계와 타코미터 바늘이 6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대시보드에는 카본 룩 트림이 있지만 딱히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리고 페달도 전부 알로이다. 신발에 닿는 감촉도 좋고 풋레스트의 크기도 넉넉하다. 가속 페달이 오르간 타입이 아닌 건 아쉬운 부분이다.
아반떼 스포츠는 운전의 재미를 위해 개발된 차다. 아반떼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기존과는 다른 고객층을 지향한다. 그리고 가격적인 메리트도 상당하다. 꽤 괜찮은 사양의 수동변속기 모델이 2,000만원 이하부터 시작한다. 달리기 성격으로 볼 때 아반떼 스포츠는 수동이 더 적합한 차다. 그래서 기본 사양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