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영국의 EU 탈퇴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만큼 큰 사건이다. 영국의 EU 탈퇴는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여기에는 자동차도 포함돼 있다. 브렉시트 발표 이후 주요 자동차 업체는 물론 부품 회사들의 주가도 떨어졌다. 그리고 신차 판매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간의 관세가 핵심이라는 게 중론이다.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됐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수많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건 없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건 브렉시트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 간에 무관세로 자동차의 수출과 수입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불확실하다. 영국과 EU 사이에 새 관세 협정이 체결되면 자동차 회사들의 명암도 갈릴 것이다. 나아가서는 다른 지역의 신차 판매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브렉시트는 신차 판매 및 공장 가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브렉시트가 발표되자마자 주요 자동차 회사들의 주가가 떨어진 게 한 예이다. 브렉시트 이후 FCA의 주가는 12.2%, 포드는 6.6%, GM은 4.9%가 떨어졌고, 티어 1 부품 회사인 델파이와 리어(Lear), 펜스키, 보그워너도 마찬가지이다. 거기다 FCA를 비롯한 다른 회사들은 다른 유럽 국가로 본사 이전도 검토 중이다. 참고로 FCA는 본사가 런던, 테슬라는 유럽 본사가 영국에 위치해 있다.
조사기관들의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LMC 오토모티브는 앞으로 2년 동안 영국의 신차 판매 15% 내외, IHS는 8.5%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신차 판매가 완전히 살아났기 때문에 브렉시트가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영국은 2012년 이후 신차 판매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에는 247만대, 작년에는 260만대로 역대 가장 많은 신차가 팔렸다.
브렉시트는 글로벌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IHS 오토모티브는 브렉시트로 인해 2018년까지 글로벌 신차 판매가 300만대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참고로 올해 글로벌 신차 판매는 8,982대로 작년 대비 20만대 감소할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는 관세이다. 영국은 주요 브랜드가 모두 외국 회사에 팔렸지만 생산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영국산 자동차의 80% 이상이 외국으로 나간다. 영국 자동차 업계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참고로 영국의 작년 자동차 생산 대수는 160만대였다.
반면에 영국에서 팔리는 신차의 90%는 수입차이다. 따라서 생산과 신차 판매 모두 수출입의 비중이 매우 높은 구조다. 거기다 영국에서 팔리는 신차의 대부분이 다른 유럽 국가에서 수입된다. 만약 영국과 EU 간에 10% 관세가 붙을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새로운 국면이 예상된다. 이중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일본 회사들이 큰 영향을 받는다. 유럽에 진출한 일본 회사(토요타, 닛산, 혼다)는 영국에서 자동차를 생산 중이다.
영국에 유럽 본사와 공장을 가동 중인 토요타는 이미 투자 계획을 전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토요타 유럽 역시 수출의 비중이 매우 높다. 영국에서 생산되는 토요타의 75%가 EU에서 팔리고, 내수는 10% 불과하다. 영국 스윈든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혼다는 영국산 차의 50%가 EU에서 팔린다. 참고로 일본 빅3(토요타, 닛산, 혼다)는 영국에서 자동차를 생산 중이다. 그리고 GM은 자회사인 복스홀을 통해 여러 차종을 생산 중이다. 영국 엘스미어 포트에서는 아스트라 등이 생산되고 있고, 이중 88%가 외국에서 팔린다. 상용차를 생산하는 루튼 역시 60%가 수출된다.
일본 회사와 달리 현대,기아 유럽은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 자동차를 생산 중이다. 그리고 유럽에서 팔리는 차의 80% 이상을 유럽에서 생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향은 덜 받지만 영국의 수출 물량이 적지 않다. 브렉시트는 독일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독일의 최대 수출국이 바로 영국이다. 작년에 영국에서 팔렸던 신차의 절반이 독일산 또는 독일 브랜드의 자동차였다. 작년에 영국으로 수출된 독일산 자동차는 81만대에 달한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영국의 자동차 업계도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마진이 적은 대중 브랜드가 그렇다. 앞서 말한 일본 3사 뿐만 아니라 GM과 포드도 해당된다. 앤더슨 이코노믹 그룹은 GM과 포드 등의 주요 자동차 회사가 감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포드는 이미 영국 내 감산을 고려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포드는 영국에서 엔진과 변속기만 생산하지만 고용 인력은 1만 4,000명이다. 그리고 영국의 엔진 공장은 포드 유럽이 생산하는 자동차의 59%에 공급되고 있다.
GM과 포드를 비롯한 주요 회사들은 영국과 EU 간의 무관세가 그대로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 또 다임러 CEO 디터 제체는 유럽의 자동차 업계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이 유럽의 자동차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이 메르세데스 유럽 판매의 20%를 차지한다. 영국의 리서치 기관 에버코어 ISI는 PSA와 폭스바겐, 포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영국과 EU 간의 무관세가 유지되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영국 자동차 생산의 대부분이 유럽으로 수출되고, 반대로 유럽산 자동차의 상당수가 영국에서 팔린다. 특히 영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회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브렉시트는 2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확한 진단을 내놓을 수 없다.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영향을 미칠 사건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