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동차를 집 다음으로 비싼 소비재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자동차보다 비싼 시계나 보석류 등 고급 소비재들도 많이 존재하긴 하지만 자동차가 비싼 소비재라고 말하는 것에는 누구나 대부분 큰 이견이 없다. 그리고 자동차의 특성상 한 번 선택하면 길게는 십 년 이상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선택한 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이용한다. 전문 매체들의 평가는 물론이고 각종 평가기관 등의 리포트들을 참고한다거나, 해당 모델의 판매량을 눈 여겨 보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구입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이제는 일상이 됐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정보들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가 워낙 쉽지 않아 올바른 소비를 하기는 여전히 쉽지가 않다. 정보의 홍수 시대라 부를 정도로 올바른 소비를 돕는 정보의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지만, 소비자로서는 오히려 제대로 된 정보를 구별해 내는 것이 또 다른 일이 돼 버린 셈이다.
이렇게 제대로 된 소비를 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구별법이 있으니 바로 '국민'이란 타이틀이다. 제품명 앞에 국민이란 단어가 붙으면 그 제품은 별다른 고민 없이 믿고 살 수 있다는 의미인데, 덕분에 출출할 때 끓여먹는 라면에도, 아이들이 차는 기저기에도 국민 타이틀이 붙는 세상이 됐다. 어차피 국민이란 타이틀도 결국 파는 사람들이 맘대로 가져다 붙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소비자들에게 국민이란 타이틀을 제대로 인정받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주로 제품의 판매량이 경쟁 제품에 비해 아주 많다던지, 아니면 역사가 길다던지, 그도 아니면 제품의 품질이 아주 우수해 사람들의 평이 워낙 좋은 경우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두를 한 번에 만족시키며 국민 제품이라 불리는 경우도 많다.
금일 런칭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제품명 앞에 국민자가 붙는 대표적 제품 중 하나다. 국민 중형차, 국민 세단, 국민 차량, 국민 베스트셀러 자동차 등 쏘나타란 모델명 앞에 국민과 함께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온라인에서 워낙 욕을 많이 먹는 현대자동차고 현대자동차를 흠집 내기 좋아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많지만 그래도 쏘나타 앞에 국민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에는 대부분 큰 이견이 없다. 참고로 현대자동차의 베스트셀러인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 삼총사는 모두 국민이란 타이틀이 따라 붙는데 세 모델 모두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의 모델보다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판매량만 앞선다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는데, 경쟁사 차량들의 판매량이 단 한 번도 현대자동차의 이 국민차 삼총사의 판매량을 넘어본 적이 없다. 물론 "대안이 없으니 욕하면서도 현대기아자동차를 사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국내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량은 단순히 숫자의 비교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1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말 자료를 기준으로 발표한 차량 모델 별 운행현황에서 쏘나타의 총 등록대수는 무려 1,643,109대에 이른다. 전체 등록대수 중에 75.8%라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모델 중에서도 단연 1위다. 2위 모델은 2013년 판매 기준으로 1위를 차지한 아반떼인데 등록대수는 총 1,406,751대로 1위 쏘나타와 약 23만대나 차이가 난다. 2013년 국내 자동차 모델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1위인 아반떼가 93966대로 5위인 쏘나타의 88354대와 약 5600대 정도 차이가 나긴 하지만 누적돼 있는 판매량이 워낙 커 지금의 모델 별 운행현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자동차 중 가장 많은 모델은 단연 쏘나타이고 앞으로도 한동안 깨지기 힘들 것이라는 소리다. 물론 세상에는 영원 불변한 것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최근 몇 년의 데이터들을 종합해봤을 때 쏘나타의 1위 등수에 변화가 올 가능성은 무척이나 낮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번 신형 LF쏘나타 역시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을 당연시 하고 있다. 물론 쏘나타를 두고 대형이라고는 하지만 중형 시장을 대체하고 있는 그랜저와 준중형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차체 사이즈가 커질 대로 커진 아반떼 사이에 낀 애매한 포지셔닝이 돼버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포지셔닝이 어쨌든 간에 잘 팔릴 것이라는 사실에는 다들 크게 이견이 없다. 이쯤 되면 일반 대중들에게 실물을 공개하기 전부터 앞서 말한 국민이란 타이틀을 붙이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 쏘나타라는 모델명이 가지고 있는 네임벨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출시하기도 전에 어느 정도는 성공적인 판매량을 예상할 수 있고, 아마도 이전 모델에 붙었던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이어받을 것이라 예상 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단시일 내에 되는 일도 아니고 어중간한 상품성을 가지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높은 상품성과 경쟁력에 현대기아차의 전국적인 판매 및 정비네트워크가 뒷받침된다는 사실은 쏘나타라는 이름 앞에 국민 타이틀을 이어 달게 할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자동차와 관련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사후처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긴 하지만 타 메이커에 비하면 그마저도 경쟁력이 낮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입차 메이커들과 비교한다면 판매 및 정비네트워크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장점 중에 하나로 봐야 한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수입차들의 판매 및 정비네트워크는 아킬레스건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국내 메이커들과 비교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입 메이커들의 경쟁 모델들이 쏘나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시장에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들도 쏘나타의 독주에 한몫을 하는 중요한 사실이다. 쏘나타와 가장 비교가 많이 되는 일본 3사 메이커인 토요타, 혼다, 닛산의 캠리, 어코드, 알티마 역시 우수한 모델이긴 하지만 쏘나타의 판매량과 비교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이렇게 판매량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해외 메이커들이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의 부족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이유와 시장상황이 쏘나타란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쏘나타가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여태까지 현대자동차가 만들어놓은 국민세단 쏘나타의 화려한 히스토리가 영원 불변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현대자동차의 제품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쏘나타 역시 신모델이 출시할수록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계속 가격이 저렴해지고 있는 수입차와는 정 반대의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매출이 높지 않은 일부 수입 메이커들의 내세우는 파격할인, 무이자 등의 구입조건은 현대자동차의 구입조건보다 좋은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수입차 메이커들이 프리미엄 대형에만 집중되던 몇 년 전의 상황과는 달리 2000~3000만 원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사실도 쏘나타가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그런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그 변화의 폭이 더욱 크고 빠를 전망이라 1등이라고 해서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다.
드디어 오늘 7세대 쏘나타가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이번 신형 쏘나타는 전작에 이어 국민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을 수 있을까? 역대 쏘나타의 명성과 비교했을 때 상품성과 경쟁력, 가치, 존재감 등이 국민 세단의 계보를 이을만한 모델인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이번 7세대 쏘나타의 등장을 지켜보는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