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는 1927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한 전통 있는 자동차 메이커다. 여기에서 말하는 전통이란 그 자동차 메이커가 추구하는 핵심가치, 다시 말해 ‘고집’이라 설명할 수 있다. 볼보의 고집이란 안전하고 실용적인 인간중심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며, 수많은 테스트에서 항상 볼보는 가장 안전한 자동차 목록에 이름을 올려왔다. 사람들은 이러한 볼보의 고집을 ‘신뢰’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볼보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볼보는 안전하지만 투박하고 심심한 디자인의 차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실용성과 안전성으로 차를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볼보의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볼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디자인이 필요했다.
볼보는 지난 2012년 7월 자동차 디자이너 토마스 잉엔라트를 볼보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기아자동차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이자 사장인 피터 슈라이어의 라이벌로 평가받기도 하는 인물이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피터 슈라이어와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직을 두고 경쟁했으며, 폭스바겐 포츠담 디자인센터 책임자를 역임하며 2006년부터 폭스바겐 그룹의 모든 브랜드 디자인을 총괄했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과거의 볼보 자동차 디자인을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바닐라’같은 디자인이라 평가했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지난 29일 볼보 콘셉트 쿠페를 발표하며 차세대 볼보가 훨씬 드라마틱하면서도 감성적인 모습으로 변신할 것임을 공언했다.
볼보가 이번에 공개한 쿠페 콘셉트는 미래의 볼보 자동차 디자인을 담은 토마스 잉엔라트의 첫 작품이며, 과거의 볼보와 다른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제시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담긴 모델이다.
볼보는 이번 쿠페 콘셉트의 디자인이 과거 명차라 불리었던 P1800 쿠페의 형상을 계승하면서 기존 볼보의 이미지를 깨는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브랜드의 역사가 담긴 상징들을 통합하고 새로운 자동차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의무이며, 단순히 영광스러운 과거를 받아들여 복고풍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와 연결시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볼보 쿠페 콘셉트라 전했다.
“볼보 쿠페 콘셉트는 미래의 드림카가 아닙니다. 이번 콘셉트카는 당당함이 드러나는 자세와 비율, 그리고 볼보 고유의 디자인 독창성을 포함한 우리의 새로운 아키텍처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디자인되었습니다. 그저 디자인의 껍데기가 만들어내는 얕은 자극이 아닌, 평온함을 비롯한 감성적인 가치를 비롯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당당한 아름다움을 담았습니다. 새로운 볼보 쿠페 콘셉트를 통해 우리는 이제부터 어떤 차를 만들어나갈지를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릴 것입니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볼보 쿠페 콘셉트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볼보 쿠페 콘셉트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옆모습이다. 긴 보닛과 짧은 오버행, 낮은 루프가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차체 실루엣에서 우리는 이 쿠페 콘셉트가 볼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뚜렷이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콘셉트 쿠페의 디자인을 백수의 왕 사자에 비유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사자의 고요함에는 강력한 힘이 담겨있습니다. 사자는 그 존재만으로 경외 받는 존재입니다. 심지어 누워있을 때조차 그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죠.”
특히 볼보 콘셉트 쿠페는 차세대 볼보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볼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프런트 그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아이언마크는 차세대 모델에도 그대로 계승된다.
새로운 플로팅 그릴 디자인과 헤드라이트에 적용된 T자 형상의 DRL 라이트는 기존의 볼보의 마스크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이는 콘셉트카만의 것이 아닌 앞으로 등장할 모델에도 적용되어 볼보를 상징하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될 예정이다.
현재의 볼보와 비교해 뒷모습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샤프함이 느껴진다. 날카로운 숄더라인과 날렵한 디자인의 테일라이트 역시 앞으로 등장할 볼보의 차세대 모델에 적용될 것이라 하니 디자인 변화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볼보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인테리어다. 단순함과 실용성에 기반을 둔 우아함을 추구하는 볼보의 인테리어는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하지만 볼보는 현재 스웨덴에 남아있는 유일한 자동차 메이커로서 오리지널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메이커라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영혼을 이해하고, 그 정체성을 잃지 않을 때 볼보만의 특별한 가치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완성을 위한 전제조건이 바로 뛰어난 품질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볼보의 인테리어는 섬세한 가공과 일관된 품질 관리를 통한 정확한 제작, 그리고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콘셉트 쿠페의 인테리어는 자연에서 얻은 고급 소재를 이용해 꾸며졌다. 차체와 같은 블루-그레이 톤 컬러의 가죽으로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감쌌고, 상감 처리한 자연 고목과 다크 블루 컬러의 카펫, 그리고 섬세하게 가공된 금속 파트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편안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섬세한 크리스털 가공이 된 기어레버는 보는 각도에 따라 반짝이며 특별함을 더한다.
스위치를 없애고 커다란 터치스크린으로 통합한 센터콘솔의 인터페이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볼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운전의 즐거움과 상호작용하면서, 사용하는데 혼란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단순한 형태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추구하는 단순함과 실용성에도 완벽하게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 또한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으며, 사용자가 여러 가지 기능을 다루기 쉽게 디자인 되었다. 운전자의 전방에는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볼보 쿠페 콘셉트는 2014년부터 양산차에 적용될 예정인 신형 SAP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새로운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되었다. 쿠페 콘셉트는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이 적용되었다.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의 특징은 다운사이징 2리터 엔진에 슈퍼차저와 터보차저가 모두 탑재되었다는 점이다. 주행상황에 따라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가변적으로 사용하며 터보 랙을 없앴고, 연비효율을 높이기 위한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다. 엔진의 출력은 최대 302마력을 내며 40.8kg.m의 토크로 앞바퀴를 굴리는데, 여기에 뒷바퀴에 탑재된 전기모터가 힘을 더해 총 400마력 61kg.m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앞으로 볼보가 SPA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낼 차세대 쿠페나 스포츠카에서도 이 같은 강력한 퍼포먼스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전통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전달하며, 혁신은 전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한다. 볼보에 있어 전통과 혁신은 대립이 아닌, 서로 마주보며 공존하는 것이다. 볼보는 지난 85년간의 역사와 인간중심의 안전한 자동차를 만든다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디자인의 혁신과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볼보 쿠페 콘셉트는 볼보의 찬란한 변신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