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어어로 숫자 4를 의미하는 ‘콰트로’는 단순히 아우디의 4륜구동 모델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아우디는 '콰트로가 아우디이며, 아우디가 콰트로다‘라고 공식 보도자료에 쓸 만큼 콰트로에 대한 애착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는 4개의 원으로 이루어진 아우디의 로고를 비유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콰트로가 아우디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우디는 1980년에 4륜구동 승용차 콰트로를 내놓았고, 83년에 보다 스포티한 고성능 모델인 콰트로 스포트를 선보였다. 그리고 올해는 콰트로 스포트가 탄생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며, 아우디는 이를 기념하는 모델인 콰트로 스포트 콘셉트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그런데 콰트로 스포트 콘셉트와는 별개로 아우디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불과 하루 앞두고 새로운 콰트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콘셉트카의 이름은 나누크 콰트로. 콰트로 스포트 콘셉트가 30년 전 콰트로의 해치백 스타일을 물려받은 반면, 나누크 콰트로 콘셉트는 곡선과 엣지를 강조한 다부진 몸매의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서로 대비된다.
나누크 콰트로 콘셉트의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높은 차고와 커다란 네 바퀴다. 22인치의 거대한 휠이 떠받치는 높은 차고를 보면 험로를 거침없이 주파하는 SUV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차체의 디자인은 마치 스포츠카처럼 날렵하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고 주저 없이 땅을 박차고 나갈 듯한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나누크 콰트로를 보고 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탈디자인이 내놓은 크로스오버 파르쿠르 콘셉트카를 떠올리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누크 콰트로와 파르쿠르 모두 스포츠 쿠페에 오프로드 카의 특성을 더했다는 점이 무척 비슷하다.
아우디는 나누크 콰트로 콘셉트의 디자인에 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즉 나누크 콰트로 콘셉트는 파르쿠르 콘셉트의 배다른 형제나 다름없는 모델인 것이다.
나누크 콰트로의 심장은 트윈터보가 장착된 아우디 V10 5.0 TDI 디젤 엔진이며, 최대출력 544마력에 101.97kg.m라는 어마어마한 토크를 뿜어낸다. 트윈터보에는 아우디의 밸브리프트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어마어마한 출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것은 7단 S트로닉 트랜스미션이며, 콰트로 드라이브트레인 시스템이 노면과 주행상황에 따라 동력을 네 바퀴로 차등 분배하여 비포장도로 고속주행 시에도 최대한의 접지력을 이끌어낸다.
나누크 콰트로의 최고속도는 무려 305km/h에 이르며, 0-100km/h 가속시간은 3.8초에 불과하다. 이 같은 고성능에도 불구하고 불과 7.8리터의 연료로 100km 주행이 가능한 12.8km/l라는 놀라운 연비를 자랑한다. 이만한 성능이면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슈퍼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동력성능 뿐 아니라 서스펜션과 조향기술 또한 놀랍다. 앞뒤 모두 더블위시본 방식의 서스펜션이 적용되며, 주행상황에 따라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적응형 에어 댐퍼가 장착되었다. 차체의 높이는 -30mm에서 +40mm까지 조절 가능하다. 주행 속도와 내비게이션의 지형정보와 연동되어 자동으로 조절된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무게중심을 낮추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고가 낮아지며, 비포장도로를 저속으로 달릴 때는 자동으로 차고를 높이게 된다.
또 나누크 콰트로에는 보다 다이내믹하면서도 안정적인 핸들링 성능을 이끌어내기 위한 아우디 다이내믹 스티어링 액슬 기술이 적용되었다. 나누크 콰트로의 뒷바퀴는 앞바퀴의 조향과 연동되어 움직인다. 뒷바퀴는 저속주행 시 최대 9도까지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꺾이게 되는데, 이를 통해 휠베이스가 짧아진 것과 같은 효과로 민첩한 코너링 성능을 얻게 된다.
하지만 고속주행 중에는 저속주행 시와 반대로, 뒷바퀴가 최대 2.5도까지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를 통해 휠베이스가 140cm 더 길어진 것과 같은 효과로 보다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얻었다.
아우디는 나누크 콰트로의 인테리어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나누크 콰트로 콘셉트에 모바일 폰 연결과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를 통합한 대형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한다. 또 차량의 계기반에서 다이얼과 바늘을 없앤 대신 운전자가 자유롭게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디지털 계기반을 적용하고, 좌우 A필러에 장착된 2개의 스크린과 카메라가 백미러를 대신하는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나누크 콰트로의 실차는 10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