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작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쿠페 콘셉트를 발표했을 때, 볼보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 디자인에 충격 받았다. 기존 볼보의 투박한 모습을 버리고, 유려한 선과 샤프한 엣지로 온 몸을 휘감은 쿠페의 등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과거 볼보는 안전하지만 투박하고 심심한 차라는 평가를 받았다. 폭스바겐 그룹의 디자인 총괄에서 볼보의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된 자동차 디자이너 토마스 잉엔라트는 볼보를 가리켜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바닐라 같은 디자인’이라 평하기도 했다.
볼보의 변신은 큰 도전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기존 볼보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유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볼보 콘셉트 쿠페는 볼보의 과거를 녹여 미래의 디자인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완전히 새로워 보이지만, 껍데기의 화려함만을 추구한 것이 아닌, 볼보 고유의 디자인과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감성을 담았다는 것이다.
볼보가 쿠페에 이어 선보일 예정인 크로스오버 모델 ‘콘셉트 XC’ 또한 이와 맥을 같이한다. 콘셉트 XC는 차세대 볼보 SUV와 크로스오버 디자인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제시한다.
볼보 콘셉트 XC의 디자인은 한눈에 봐도 앞서 발표한 쿠페 콘셉트와 닮았다. 차체의 실루엣 뿐 아니라 쿠페 콘셉트에 적용된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콘셉트 XC에 그대로 반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토마스 잉엔라트는 쿠페 콘셉트에 적용된 새로운 ‘플로팅 그릴’과 옆으로 누운 T 형상의 DRL 라이트가 차세대 볼보의 얼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볼보를 상징하는 프런트 그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아이언마크는 그대로 계승된다.
콘셉트 XC의 차체 크기와 스타일은 볼보 XC60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XC60이 실용적 크로스오버라면, 콘셉트 XC는 3도어, 2열 시트 레이아웃을 적용함으로서 실용성보다는 스포티한 스타일을 강조한다. 그야말로 크로스컨트리(XC) 올 로드 주행이 가능한 늘씬한 스포츠 왜건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그 외 콘셉트 XC는 운전자와 보행자를 보호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볼보의 차세대 디술들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세한 사양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차량 주변 360도를 비추는 어라운드 뷰 기술과 서라운드 레이더를 포함, 차세대 인텔리세이프 기술이 적용될 것임을 어렵잖게 예상할 수 있다.
볼보는 올해 9월 파리모터쇼에서 신형 SPA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첫 양산차 XC90을 선보일 예정이다. XC90은 토마스 잉엔라트의 지휘아래 새로운 볼보의 디자인 언어를 담아 만든 모델로 기대 받고 있다. XC90은 7인승 대형 럭셔리 SUV로 콘셉트 XC와는 장르가 다르지만, 우리는 콘셉트 XC의 디자인을 통해 볼보가 추구하는 차세대 SUV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볼보 콘셉트 XC는 오는 13일 개막하는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정식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어서 빨리 실물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