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의 방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두 번째 방문 이후 25년 만에 한국을 찾는 한국 가톨릭 역사상 두 번째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임한 교황들 중 가장 파격적인 행보와 세상의 약자들과 함께 하는 행동을 보여 신자 뿐 아니라 비신자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5년 만에 방한 외에도 이번 교황 방문의 큰 의미가 있다. 바로 조선 말 종교박해로 인해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시성 미사를 교황이 바티칸이 아닌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직접 집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톨릭 교회는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성직자가 아닌 일반 평신자들에 의해 전파돼 정착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으로 평신자들의 순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로 서울과 대전 등지를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교황이 어떤 차를 이용할 것인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역대 교황들을 보면 일명 ‘Popemobile'이라는 교황 전용 차량을 이동 수단으로 사용했다.
최초의 폽모바일은 세디아 게스타토리아(Sedia gestatoria)라는 교황 전용 가마다. 사람의 어깨에 의자를 올리고 그 위에 교황이 타는 것인데 개혁적이었던 제 263대 교황 요한 바오로 1세는 이의 사용을 거부했고 제 264대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부터는 방탄차를 가마 대신 사용했다. 최초의 개방형 폽모바일은 바오로 6세가 1976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사용한 토요타의 랜드 크루저다.
첫 번째 폽모바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탄유리로 된 모델이 아니었다. 방탄유리를 두른 폽모바일은 1981년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어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암살 저격 사건 이후 사용하게 된다.
교황은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데 그 때마다 그 방문국가에서 교황을 위한 폽모바일을 제공한다. 자동차 업체 측에서도 교황의 차로 이용됐다는 것만으로 큰 홍보효과를 볼 수 있어 앞 다퉈 폽모바일을 제작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보통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교황을 위해 특별 제작한 폽모바일을 주로 사용한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경우 디터제체 회장이 당시 신형 M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폽모바일을 직접 전달했다. 베네딕토 16세의 폽모바일은 전면이 방탄유리로 돼 있고 내부에 산소발생장치가 있어 화생방 공격에도 버틸 수 있다. 운전석과 교황의 공간은 분리돼 있고 일반인에게 보이진 않지만 교황의 맞은편 자리에는 경호원이 앉아 있는 자리가 배치돼 있다.
전임 교황들과는 다르게 호화로운 교황 집무실을 사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신자들을 만나고, 노숙자나 사회 취약계층을 직접 만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프란시스코 교황은 폽모바일 사용 역시 파격적이다. 거리의 교황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신자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화려한 메르세데스-벤츠의 폽모바일을 사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바티칸에서 용무를 볼 때 포드의 작은 차량인 포커스나 30년 된 르노 중고차도 이용한다고 한다.
프란시스코 교황측은 방한 시 사용할 폽모바일을 최대한 작은 차량으로 준비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교황이 바티칸에서 주로 사용하는 포드 포커스의 크기와 실내 공간 등을 고려해 가장 비슷한 기아자동차의 소울을 폽모바일로 선정했다. 차체도 작고 아무런 대테러장비도 갖추지 않아 경호 당국은 벌써부터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언제 교황이 차를 멈추고 내려 신자들과 만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낮은 자세로 대중과 소통하는 교황의 이번 방문이 힘들고 고통 받는 이들의 영혼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