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일본 나고야에 위치한 토요타 산업기술박물관을 방문했다. 토요타 탄생부터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이 박물관은 오랜 시간 토요타가 걸어온 역사와 목표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 박물관은 토요타 그룹의 시작인 토요타 방적기 공장 부지에 남아있는 건물을 복원해 1994년 6월 설립했다. 크게 토요타 그룹의 모체가 되는 섬유기계관과 자동차관 두 개의 대형 전시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토요타는 직접 공정을 볼 기회가 적은 젊은 세대들에게 ‘연구와 창조’, ‘물건 만들기’의 중요성을 이해시키고, 현존하는 시설을 산업 유산으로 활용하고자 박물관을 만들었다.
방직기계로 시작한 토요타
토요타는 처음부터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가 아니다. 천을 짜내는 직조기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창업주인 토요다 사키치가 발명한 자동직기, 이후 장남 토요다 키이치로가 일으킨 방직 공장은 오늘날 토요타를 있게 한 산실과 다름 없다. 이를 증명하듯 1층 입구 로비 한가운데에는 토요다 사키치가 발명한 ‘환상 방직기’가 전시되어 있다. 산업기술박물관의 궁극적인 목표인 ‘연구와 창조의 정신’을 대표하는 심볼로서 천정에 매달린 원통은 환상 방직기로 짠 옷감으로 만들었다.
섬유기계관에는 100년전 사용했던 방직기계들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베 짜는 소리가 정갈하게 들리고 낡은 나무의 마찰과 실이 하나하나 모여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방직기계 발명의 혁신으로 꼽히는 ‘G형자동직기’는 단연 인상적이다. 직물에 올이 나가거나 실이 끊어졌을 때는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고, 속도와 정교함이 높아져 시간 및 인력 소모를 대폭 줄여줬다.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컴퓨터로 입력된 그림을 새겨 넣거나 실 하나하나를 엮어 정교한 무늬를 넣는 수준까지 바뀌었다. 현재 토요타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 하나로 높이 평가 받고 있지만 여전히 토요타자동직기라는 이름으로 옛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또, 실제 직조기계로 짠 천을 적용 가능한 자동차 곳곳에 사용하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 역사를 한눈에
탄생을 알리던 화려한 섬유기계관과 달리 자동차관은 지금의 토요타가 있게 한 발전 과정을 설명해주는 곳이었다. 구조는 물론 각 부품, 생산기술의 변천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알기 쉽게 전시해 놓았다. 뿐만 아니라 토요타의 첫 상용차인 AA형 자동차에서부터 지금의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토요타 자동차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자동차를 만들 때 어떤 재료를 가지고 실험을 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전시관도 있었다. 연구에 사용된 각종 실험기계와 자동차를 구성하는 재료에 대한 분석 자료 들을 전시해 놓았다. 공장 일부를 재현한 원형공장에는 토요타의 첫 양산차인 ‘A1’의 보디도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파워트레인과 새시, 램프 등 각 부품의 변화를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고, 자동차를 작동시키는 각각의 부품과 역할을 직접 만져보며 느낄 수 있었다.
과거와 역사에 답이 있다
지금의 토요타가 있게 한 방적기 공장 부지를 복원해 만든 산업기술박물관은 깊은 영감을 받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회사의 성장을 보여주는 볼거리가 아닌 좋은 차 만들기를 위한 토요타의 방향까지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련된 인테리어나 화려한 눈요깃거리보단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공부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았다. 또, 각종 부품을 작동시켜보고 각 부분별로 나눠진 가이드와 질문을 주고받는 젊은 사람들을 보며 자국 기업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차, 미래를 향한 수소차 등을 만들며 흐름을 주도했던 토요타 뒤에는 과거의 정체성을 간직한 채 꾸준히 지켜온 장인정신의 뿌리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섬세함과 꼼꼼함, 10세대를 뛰어넘는 주력모델의 건재함, 변함없는 내구성 등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것이 오랜 시간 토요타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 받을 수 있던 이유다.